백신 접종 후 월경 과다·생리불순 임상적으로 걱정할 필요 없을까?
백신 접종 후 월경 과다 생리불순 임상적으로 걱정할 필요 없을까?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불순이나 월경 이상을 경험했다는 여성들의 사례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 많은 여성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생리 주기 변화, 과다 출혈, 심한 생리통, 심지어 폐경 후 하혈까지 다양한 증상들이 백신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국내외 의학계에서는 어떤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으며, 실제로 여성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백신 접종 후 생리 변화,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인가?
최근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성은, 이유영 교수 연구팀이 월경 관리 앱 '헤이문'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부정출혈 발생 비율이 접종 전 평균 2.03~2.19%에서 접종 후 3.35%로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출혈 지속 기간도 평균 0.43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정출혈의 양이 평소 월경보다 많았다고 답한 비율도 약 3배 증가했으며, 월경 주기 길이는 평균 1.39일 길어진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여성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월경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첫 사례로, 상당한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워싱턴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2%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평소보다 출혈이 더 많았고, 44%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히스패닉/라틴계일수록, 발열과 피로 등의 부작용을 경험했을수록, 평소 월경량이 적을수록, 임신 경험이 있을수록 월경 과다의 확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자궁 내막증이나 섬유종 등을 경험했거나 평소에 월경 과다를 경험한 대상자들도 백신 접종 후 월경 과다를 경험할 확률이 높았습니다.
백신과 생리 변화의 인과관계,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나?
한국의학한림원의 코로나19백신안전성위원회는 백신 접종 후 30일 이내에 '이상 자궁출혈' 증상을 보인 10만 8,8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백신 종류에 상관없이 백신을 맞은 여성은 이상자궁 출혈 발생 위험이 일반적인 상황보다 1.42배 높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위원회는 "현재까지의 과학적 근거를 종합한 결과, 코로나19 백신과 이상자궁출혈 간 인과관계가 있음을 수용할 수 있는 단계로 평가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는 잦은 월경 등 이상자궁출혈에 한정된 것으로, 월경이 없어지거나 주기가 길어지는 증상까지 백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론적으로 백신이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박현태 교수는 "첫 번째는 생리 자체가 매우 큰 면역 반응이기 때문에 면역계에 영향을 주는 백신이 부정 출혈 등을 유발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두 번째로는 백신을 맞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자궁에는 면역 세포가 밀집돼 있어 백신으로 면역계가 영향을 받으면 생리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생리 변화, 얼마나 지속되며 심각한가?
다행히도 대부분의 연구는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생리 변화가 일시적이며 임상적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김성은 교수는 "이러한 변화들은 대부분 정상 범위내에 해당하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상 소견은 아니라 변화가 있더라도 백신 접종을 미뤄야 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정부 역시 대부분의 사례가 일시적 현상이었고, 백신이 여성의 생식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이동윤 교수는 "아직 백신이 생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조차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자궁에 큰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으며, 가천대 길병원 이승호 교수 역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후 출혈이 과다하게 많이 나오거나, 폐경 이후에 하혈이 나왔거나, 무월경이 3~6개월 정도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증상이 심하다면 자궁이나 생식기 질환을 살피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으며, 출혈을 줄이는 등 증상에 맞는 대증요법이라도 전문의를 찾아 받는 걸 권장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조은희 안전접종관리반장은 "추진단에서는 월경이상과 관련된 국외 문헌 등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국내에서 발생하는 월경 이상 반응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만약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예기치 않은 질 출혈이 있거나 장기간 지속된다면 반드시 의료진을 방문해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백신 접종, 그래도 받아야 할까?
생리 불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여전히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박현태 교수는 "지금까진 생리 이상이 일시적인 증상이고, 의학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승호 교수도 "이해득실을 따졌을 때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더 심각한 부작용과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백신 접종 후 생리 변화를 경험했더라도, 이것이 장기적인 건강 문제나 생식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으므로, 과도한 불안보다는 필요시 전문의와 상담하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건강 관리에 힘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로나19 백신과 생리 변화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며, 더 많은 정보가 축적될수록 여성 건강을 위한 더 나은 지침이 마련될 것입니다.